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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현장 되짚어 보기] 지금의 우리를 성찰하다

 

정달식 기자 2011-06-18 [16:19:00]  | 부산일보 22면  

▲ 나인주의 '일요일-아침산책'. 갤러리 폼 제공

자고 일어나면 불거지는 게 미술품과 관련된 사건 사고다. 국세청 그림 로비부터 기업체 비자금 조성까지 그 한가운데 미술품이 버티고 있었다. 미술품이 탈세나 비리의 수단으로 전락한 게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하지만 올 들어 그런 유쾌하지 않은 소식이 자주 들려 씁쓸하다. 미술품을 미학적인 관점보다 자본의 관점으로만 보려는 것도 아쉽긴 매한가지다.

그런 와중에도 미학적인 관점에서 미술품의 본래 가치를 환기시키는 전시가 있어서 반가웠다. 갤러리 폼에서 가졌던 나인주 작가의 전시도 그랬다. 그는 버려진 나무토막을 이용해 애써 외면하거나 잊고 살았던 소외된 삶터에 대해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해줬다. 일방적인 동정의 시선을 보내기보다 진솔한 삶의 모습을 제대로 느끼게 하려는 작가의 의도가 돋보였다.

미술평론가 강선학은 "요즘 미술이 자기가 사는 공간에 대해 침묵하는데, 작가는 이를 나름대로 고민하고 작품으로 풀어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더하여 작가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12지신상을 가져와 이를 해학과 재치로 멋지게 풀어냈다"고 호평했다. 다만 마을을 입체적으로 꾸민 작품이 하나쯤 있었으면 하는 생각은 들었다.

나인주의 작품이 우리네 삶에 대한 이야기라면, 고은사진미술관 본관에서 전시 중인 '사람 사이의 벽들' 사진전은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지구촌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관람객 대부분은 지구촌에 이렇게 많은 장벽이 존재하고 있는 줄은 몰랐다는 반응을 보였다. 전시는 공존의 실패, 분단에 휘말린 삶의 면면을 사진으로 말을 건네고 있다. 사진을 통해 드러난 지구촌 곳곳의 갈라진 현장을 보면서 우리 내부의 벽 또한 얼마나 두꺼운지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다.

장벽이 던지는 것은 분명 슬픔이고 상처였다. 하지만 몇몇 사진은 장벽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한데, 그게 역설적으로 더 슬프게 다가왔다.

'참신하다'는 말이 절로 나오게 하는 전시도 있었다. 아리랑 갤러리에서 전시 중인 조환의 개인전이 그랬다. 전시는 한국화와 조각의 만남을 통해 미술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보여주었다는 의미가 있다. 종이와 붓 대신 철로 그린 수묵화다. 전시장 흰 벽면에 내려앉은 은은한 그림자는 마치 화선지에 먹이 번진 듯 깊은 여운을 더했다. 전시장 벽면이 화선지가 되고 여백이 됐으니 조환의 이번 전시는 수묵화의 지평을 새로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테다. 한국 특유의 미감과 여백이 드러나는 여운이 남는 조각전이었다. 상투적인 표현이긴 하지만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면 이런 작품일 터이다.

지난 12일 갤러리 미고에서 전시를 끝낸 박성훈의 '휴'(休) 전시도 나름대로 좋았다. 최신 테크놀로지인 아이패드(iPad)를 발 빠르게 미디어 캔버스로 변용한 작가의 순발력이 돋보였다. 미디어 캔버스에 갇힌 새들의 이미지는 '가상과 실제'라는 익숙한 질문에 머물지 않고 우리 시대를 반영하는 또 다른 은유이고 상징이었다.

 

정달식 기자 dosol@busan.com | 22면 | 입력시간: 2011-06-18 [16: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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